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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

나팔꽃이 피는 시간/노을처럼님 시

https://youtu.be/zapxzhafdxg

나팔꽃이 피는 시간

 

노을처럼

 

 

 

열정이 사라진 삶은 정말 죽어있는 시간일까

 

열정을 피어올리다가

누군가는 장벽 앞에서 주저앉기도 하고

열정을 다 불사른 후

누군가는 허무함과 외로움에 쓰러지기도 하고,

열정이 더 이상 지펴지지 않아

누군가는 시름시름 앓아눕기도 한다.

 

화려하고 불같은 봄날

산수유와 개나리와 매화와 목련과

벚꽃과 진달래와 철쭉과 아카시아가

앞뒤로 피고 지고 나면

가요의 가사처럼

꽃이 피면 따라 웃고

꽃이 지면 따라 울던

우리의봄날은 간다.


화려한 날이 가고

불덩이 같던 시절이 끝나면

우리의 삶은 저물어가는 것일까

 

그때

나팔꽃이 피어난다

새벽에 깨어나서 저녁에 쉬는

 

열정대신 꾸준함으로

불길 대신 평온함으로

화려함 대신 소박함으로

느낌표 대신 쉼표로

경계선을 넘어 무엇이든 타고 오르며

온 여름을 그렇게 피워낸 후

가을의 풍요로운 저녁을 넉넉히 마주하는

 

열정이 사라진 자리

삶은 나팔꽃으로 피어나며

그렇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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